1. 때는 바야흐로 7월
글밥 먹기가 내 유일한 꿈이었는데 나는 꿈과는 조금 동떨어진 일을 하고 있었다. 글밥과 관련된 일도 해봤지만 프리랜서의 개념이라 고정적이지 않은 나의 수입은 곧 가족들과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처음엔 그래! 다른 일로 돈 벌면서 남는 시간에 글도 쓰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생길수록 나는 내 꿈과 멀어져 갔다.
내 밑으로 많게는 10명, 적게는 6명이 되는 사람들을 관리하느라 나는 늘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었고, 그 와중에 일 까지 해야 하니 출퇴근이 끝나면 정말 아무것도, 단 한 글자도 적기 싫었다. 핑계되며 간절하지 못했던 탓도 있고 어쩌다 보니 이게 나의 본업처럼 굳어 버린 탓도 있었다.
뭐 쨌든 각설하고 그렇게 올해 7월에 나는 다니던 일을 드디어 때려치우게 되었다. 너무 지친 것도 있었고 더 이상 늦어지면 글밥을 먹겠다는 생각마저 영원히 꺾일 것 같았다. 글밥을 먹으려면 뭘 해야 하지 엄청난 고민 속에서 블로그 시장을 진지하게 접했다. 예전에도 물론 몇 번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어디까지나 생각으로 끝났지만.
블로그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고 했지만 내가 당장 단 한글자라도 적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선택을 하고 말고는 없었다. 흔히들 아는 네이버 블로그로 시작을 했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한 사진을 찍는 행동이 익숙하지 않아 내겐 워낙 귀찮은 일이기도 했고, 이미 네이버 블로그엔 수많은 블로거들이 점령한 상태였기 때문에 내가 포스팅 한 글들이 빛을 볼일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네이버 블로그는 뒤로하고 티스토리를 알게 되었다. 네이버 블로그 와는 다르게 '달러'를 벌어 준다는 티스토리 블로그는 나에게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 부푼 꿈을 안고 티스토리 블로그 시장에 뛰어들었다. 글을 쓰겠다는 의지보다 글밥을 먹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게 들었다.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내가 쓴 글로 많지는 않겠지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게 올라왔던 것 같다.
그러나 티스토리 블로그는 단순한 네이버 블로그 시장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었다. H태그를 알아야 하고, 스킨 편집에 들어가 기본 설정을 세팅할 줄 알아야 하고, 글을 쓰는 양식 또한 갖춰야 했다. 머리가 정말 띵 했다. 단순히 '글만' 쓴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컴맹에 가까운 나는 유튜브로 정보 수집을 하기 시작했다.
2. 부푼 꿈은 용용체 앞에서 무너졌다.
나름 공부도 했고 필요한 세팅도 잘 끝냈다고 생각했다. 나보다 컴퓨터를 더 잘 아는 신랑이 옆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고 나는 서툴지만 차근차근 애드 고시를 준비했다. 지금은 이렇게 딱딱한 말투인 다나까 형식의 글을 쓰고 있지만 실제 나의 말투는 굉장히 어리광이 많은 편이라 용용체가 주를 이루었었다. 이모티콘 쓰는 것을 좋아했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을 선호했다.
그건 어디까지나 네이버 블로그와 같이 단순 소통용, 단순 기록용 일 때나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건, 티스토리 블로그 폭풍 포스팅으로 올린 40여 개의 글들이 모두 개박살이 난 것처럼 거의 다 누락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냥 열심히 글 쓰고 사진도 이리저리 많이 올리면 되는 줄 알았던 그때의 나를 정말 쥐어박고 싶었다.
용용체와 쓸데없는 이모티콘을 모두 없애고 H태그를 열심히 이용해 거의 모든 글을 울며 겨자 먹기로 수정했다. 열심히 했으니까 한 달 후면 달러 벌이를 하겠지? 했던 나의 놀부 심보 같은 마음을 반성하기도 했다.
3. 애드 고시 그게 뭔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어느 정도 티스토리 블로그에 적응하고 있던 단계였다. 애드 고시는 이미 세 번 정도 떨어졌지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쉬웠으면 애드 고시라는 단어가 애초부터 생기지 않았을 테니까.. 유튜브와 네이버에 자문을 구해보려 두드려 봐도 다들 5개의 글로 애드 고시를 합격 한 썰과 그 과정의 비법이 담겨 있다는 책을 판매하는 사람들 뿐 어느 누구도 그 바로 합격하게 된 5개의 글들을 오픈하는 사람은 없었다.
애드 고시를 합격하기 위해 학원을 다녀서 합격했다는 사람들, 책을 읽고 그대로 따라 했더니 합격했다는 사람들... 나도 순간적으로 너무 애드 고시에 합격하고 싶은 마음에 혹해서 진짜 그냥은 합격이 안 되는 건가... 학원이라도 다녀야 하나? 싶었다. 물론 학원이나 책을 보고 따라 했더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는지는 모르겠다. 배운다는 건 나에게도 분명 남는 게 있을 테니 내가 조금 더 전문적이게 변화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반복되는 애드 고시 불합격 소식에 나의 심신이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난 안될 모양 인가 보다 싶었다. 두 달 반 동안 연속적으로 떨어졌고 늘 오던 콘텐츠가 없다는 내용이 아닌 사이트가 다운되었다는 메일을 받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쩌라는 소리인 건지 짜증이 마구 솟구쳐 올라왔다. 검색창에 물어 물어 이유를 찾으려 했지만 나와 같은 이유로 반려되는 사람이 넘쳐나기 시작했고, 2주 정도 걸리던 거절 메일이 거의 이틀에 한번, 삼일에 한번 꼴로 날아오니 나는 티스토리에 대한 애정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4. 애드 고시 합격 한 이유?
한 달 반 정도 티스토리 블로그에 글도 올리지 않고, 접속하지도 않았다. 나는 작성하기도 쉽고 그리 까다롭지도 않은 네이버 블로그로 다시 노선을 갈아탔다. 마음을 다 잡고 티스토리에 글을 올려보려고 시도도 했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니 의욕도 생기지 않았다.
반대로 네이버 블로그는 빛을 못 볼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하루 접속자 수가 300명, 500명, 700명 까지도 오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던 달러 벌이는 아니었지만 내 글을 읽는 사람과 소소하게 쌓이는 애드포스트 금액을 보며 나름 뿌듯했다.
그러던 중 약 3주 전부터 사이트가 다운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며 애드 고시 불합격 소식을 알리는 글들 대신 1년짜리 도메인을 구매했더니 바로 승인이 되었다는 몇 개의 글들을 읽게 되었다. 아, 결국 돈을 써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티스토리에 대한 희망은 거의 사라졌다.
나는 돈을 주고 쓸 만큼 엄청난 가치 있는 정보성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꽉 찬 지식을 대방출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자도 아니다. 그러니 그냥 포기하는 게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합격 2주 전 마지막으로 애드센스 승인 신청을 하고 잊어버린 뒤 신나게 여행을 다녀왔다. 다시 불합격 메일이 온다면 그냥 티스토리 계정 자체를 없애려고 했었다.
내가 티스토리에 마지막으로 올렸던 글은 11월 12일이었고 그마저도 그냥 대충 임시저장 칸에 있길래 올린 글이었다. 공식적으로 내가 열심히 포스팅했던 글은 어쩌면 9월이 마지막이다. 애드센스 신청도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그냥 바로 검토 요청을 눌렀다. 도메인을 사거나, 태그를 바꾸거나, 헤드와 헤드 사이에 무언가를 넣거나 하는 것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마지막으로 밑져야 본전인 마음으로 신청을 한 것이기 때문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 로봇이 내 글을 평가하고 애드센스의 합격 여부를 판단한다 카더라라는 식의 정보를 들은 기억이 있어서 내 글은 로봇이 적합하지 않은 글로 판단하는구나 하고 될 대로 되란 식이었다.
10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더니 10번은 더 넘게 찍었겠지만 결국 애드 고시 합격 목걸이를 받았다. 얼마나 잊고 있었는지 메일이 온 지 3일이나 더 지나고 그 소식을 알게 되었다. 내 의지가 활활 타고 있을 때 애드센스를 받았더라면 지금 보다 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애드 고시를 합격해서 기분은 좋다.
물론 애드센스를 받고 나니 앞으로 여기에 어떤 글들을 써야 할지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큰 산을 하나 넘겼으니 앞으로 티스토리에도 애정을 가지고 나의 글들을 채워 넣어야겠다. 별 도움 안 되는 후기겠지만 나처럼 합격이 된 케이스도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애드 고시에 도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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